[소송] [영업비밀] 국내 대기업이 신청한 전직금지가처분 전부 기각
법무법인 세움(이하 'SEUM')은 채무자를 대리하여, 채무자가 재직하던 국내 대기업인 채권자가 신청한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전부 기각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최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핵심 연구 인력이 늘어나면서, 대기업이 근로계약이나 약정을 근거로 퇴사한 직원에게 전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청이 대부분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정면으로 제한한다는 점, 그리고 신청 근거로 제시되는 정보가 실제로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서는 신청의 근거가 된 정보가 영업비밀의 요건(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을 실제로 갖추었는지, 그리고 전직금지약정이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체결되었는지가 주로 문제됩니다.
▶ 사건 개요
1. 채무자는 국내 대기업인 채권자 회사에서 특정 기술 분야의 연구 업무를 담당하다가, 재직 중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의사를 회사에 미리 고지하고 카운터오퍼를 거절한 후 인수인계를 마쳤으며, 회사가 요청한 포렌식 조사에도 자발적으로 동의한 뒤 퇴사하였습니다. 2. 채권자는 채무자가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와 노하우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채무자가 이를 이직처인 스타트업에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약정·부정경쟁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을 선택적으로 병합하여 채무자의 취업 및 노무 제공 전면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채권자가 주장하는 업무 범주가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2) 전직금지약정이 취업 자체를 전면 금지할 만큼 강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 SEUM은 두 쟁점을 나누어 다투었습니다.
① 영업비밀 해당성 부존재
채권자는 약정으로 보호되어야 할 이익으로 기술 개발 과정의 설계와 운용 노하우 등 여러 항목을 들었으나, 각 항목에 해당하는 정보와 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한 채 추상적인 범주만을 나열하였습니다. 나아가 채권자가 영업비밀이라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수는 채권자 스스로 공개한 기술 보고서와 논문 등을 통하여 이미 대외적으로 공표된 정보로서 비공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또한 채무자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술과 업무 과정에서 스스로 체득한 지식과 경력을 넘어 채권자만의 고유한 정보나 노하우를 취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연구자 개인이 축적한 지식·경험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주장하였습니다.
② 전직금지약정의 효력 제한 및 소명 부족
전직금지약정은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보호이익의 존재, 근로자의 지위, 제한기간, 대가의 유무, 약정의 경위, 공익 등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하며, 그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이 사건 약정은 전직이 금지되는 지역이나 직종을 정하지 않은 채 동종업계 또는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일체 금지하고 있어 그 범위가 포괄적입니다. 또한 채무자가 재직 중 지급받은 재직 장려금과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이거나 장기근속을 장려하기 위한 것일 뿐,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로 볼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취업 자체를 막는 만족적 가처분에는 고도의 소명이 필요함에도, 채권자의 신청은 무엇이 비밀인지, 무엇이 반출되었는지, 무엇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채 가능성과 개연성의 나열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SEUM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원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본 사건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핵심 연구 인력을 상대로 대기업이 신청한 전직금지가처분에서 영업비밀 해당성과 전직금지약정의 효력 범위가 정면으로 다투어진 사건입니다. SEUM은 채권자가 주장하는 정보의 특정 부족과 비공지성 결여, 그리고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성의 결여를 함께 밝혀 신청 전부를 기각하는 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는 신청인이 보호하려는 정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어 왔는지, 그리고 전직금지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되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이직 과정에서 전직금지가처분을 신청 받은 경우에는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대응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업무는 SEUM의 한도형 변호사, 박세종 변호사, 국승서 변호사, 백지은 변호사가 수행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