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가상자산 법률 가이드] #4. SEC vs. 리플 판결의 의미

안녕하세요. 정호석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미국 법원은 SEC가 리플랩스가 가상자산인 리플(“XRP”)를 판매한 행위가 미국의 1933년 증권법 제5조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한 소송에 대하여 판결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언론들이 미국 법원이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판결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위 판결의 취지는 정확하게 아래 세 가지입니다. 

첫째, 리플랩스가 기관투자자에 대하여 한 XRP 판매는 (i) 금전의 투자(investment of money), (ii) 공동사업(common enterprise), (iii) 타인의 경영적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ntrepreneurial or managerial efforts of others) 요건을 모두 충족하므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여 미국 증권법을 위반하였다. 

둘째,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거래소 이용자들을 상대로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XRP을 판매한 것은 위 투자계약증권 요건 중 (iii) 요건, 즉 타인의 경영적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ntrepreneurial or managerial efforts of others)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셋째, 리플랩스가 직원에게 XRP를 보상으로 지급한 행위는 위 투자계약증권 요건 중 (i) 요건, 즉 금전의 투자(investment of money)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의 자본시장법상의 증권과 미국의 증권법상의 요건이 달라 많은 언론이 위 판결이 “리플(XRP)” 그 자체에 대한 증권성을 판단한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 판결에서 법원은 “투자계약”과 “투자계약의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Howey 판례는 투자계약이란 contract, transaction, scheme을 의미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그 대상이 반드시 증권일 필요가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가상자산인 XRP가 증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XRP를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상황에 따라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은 XRP가 텔레그램이 판매한 가상자산처럼 증권이 아니라는 점은 당연히 인정하면서 본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 소송에서 리플랩스는 투자계약에서 인정되기 위하여는 howey test에서 인정하고 있는 요건 외에도 필수 요소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요건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의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의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미국 판례가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만으로 투자계약증권을 인정해 왔던 것과는 달리 청구권, 즉 계약상 권리를 그 요건으로 하는데, 리플랩스는 한국처럼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플랩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howey 판례뿐 아니라 그 이후의 판례에서도 그렇게 엄격하게 투자계약증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상황에 따라 폭넓게 해석하도록 하는 것이 howey 판례의 취지에 맞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미국법원은 한국의 투자계약증권보다 폭넓게 투자계약증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본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SEC는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XRP를 판매하면서 리플랩스가 XRP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이야기한 SNS나 언론 등을 통해 XRP 구매자들이 XRP의 가격 상승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대를 했으므로, “타인의 경영적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합리적 기대”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 거래소에서 XRP를 구매한 구매자들이 합리적인 이해와 기대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XRP 구매자들이 XRP를 구매할 때 자신의 계약 상대방이 리플인지 알지 못했으며,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정보에 접근 가능하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을 통해 미국법원이 어떻게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을 생각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의 투자계약증권의 해석에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해석할 때에는 한국과 미국의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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