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17. 공동저작자 1인의 무단이용행위와 저작권 침해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최근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학술 서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명의 저작자가 공동으로 창작에 참여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공동저작’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공동저작물이 흔해짐에 따라, 그 권리관계의 설정 및 행사 방법에 관한 법적 문제 또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저작자 중 한 명이 다른 저작자 전원의 동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임의로 이용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동저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자신 또한 저작권자 중 한 명이라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공동저작자 중 1인이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한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공동저작자 간 권리 행사의 법리를 명확히 하였습니다(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먼저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권법의 규정을 살펴본 후, 위 대법원 2012도16066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법적 의의를 검토하여 공동저작 관계에서의 법률적 유의점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권법상 규율

① 공동저작물의 의의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공동저작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1) 2인 이상의 공동 창작 행위가 존재하고, 2) 각자의 기여 부분을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작가가 협력하여 하나의 소설을 집필한 경우, 각자가 집필한 부분을 나누어 별개의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면 이는 공동저작물에 해당합니다.

②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 행사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이는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저작자 전원에게 ‘공유’되기 때문이며, 공유 관계에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민법상 공유 법리가 반영된 것입니다.

따라서 공동저작물을 출판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을 허락하거나, 2차적저작물로 작성하는 등 저작재산권을 행사하는 모든 행위는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저작권법은 신의에 어긋나 합의 성립을 부당하게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단서).


대상판결(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의 검토

이하에서는 공동저작자 간 권리 행사의 법리를 명확히 한 대상판결(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사실관계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연극 A의 초벌대본을 완성한 작가입니다. 연극 A의 연출가는 위 초벌대본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피고인과의 협의 하에 고소인에게 각색을 의뢰하였습니다. 연출가와 피고인이 협의하여 기본 방향을 정하였고 고소인은 그에 따라 초벌대본을 수정, 보완하였으며, 피고인은 고소인에게 수정, 보완에 관한 의견을 표시하고 고소인이 수정한 부분을 일부 삭제하는 등으로 관여하였습니다. 최종 대본이나 연극 포스트 등에는 피고인이 극작가로, 고소인이 각색으로 기재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고소인의 이용 허락이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단독으로 연극 A의 최종 대본을 각색한 뮤지컬 A의 뮤지컬 대본을 집필하여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고소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을 고소하였습니다.

②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공동저작자 중 1인인 피고인이 다른 공동저작자들의 동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한 행위가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침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은 어디까지나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저작재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정한 것일 뿐이다.

2) 따라서 공동저작자 중 1인이 다른 공유자의 합의 없이 무단으로 저작물을 이용하였다면, 이는 저작재산권의 ‘행사 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이용 행위를 한 자 역시 공동저작자로서 저작재산권의 주체이므로, 제3자의 무단 이용과 동일하게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인이 다른 공동저작자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동저작물인 극본을 각색하여 뮤지컬대본을 집필하고 이를 공연에 사용하도록 한 것은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에서 정한 ‘공동저작물 저작재산권의 행사 방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어 저작권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


③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동저작자 1인의 무단 이용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해당 판결은 공동저작자 간의 내부적인 권리 행사 방법 위반과 제3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를 명확히 구분하였습니다. 공동저작자도 저작권자에 해당하므로, 그의 이용 행위를 권리가 없는 제3자의 침해와 동일하게 보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둘째, 공동저작자 간의 분쟁은 형사 고소가 아닌 민사적 구제수단에 의해 해결되어야 함을 시사하였습니다. 즉, 다른 공동저작자는 무단 이용자에게 자신의 지분에 따른 이익 분배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권리를 보호할 수 있으며, 형사처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공동 창작자 간 사전 약정의 중요성을 부각하였습니다. 형사적 제재라는 강력한 수단이 배제되는 만큼, 창작 초기 단계에서 공동저작 계약서를 통해 각자의 권리와 의무, 의사결정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임을 일깨워준 것입니다.


대상판결 이후의 판례 동향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후속 판결들은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일관되게 따르면서도, 형사 책임이 배제된다고 하여 민사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공동저작자 1인의 무단 이용 행위는 형사상 저작권 침해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다른 공동저작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30. 선고 2016가합531213 판결

대표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동저작자 중 1인이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 서적을 출판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의 법리에 따라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공동저작자들 중 한 명이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공동저작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 저작권 행사방법 위반으로 인한 민법상 불법행위는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②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다49450 판결, 대구지방법원 2016. 10. 6. 선고 2016나2428 판결

또한 대법원도, 공동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여러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체결하여 발행한 행위는 그 자체로 저작권법 제48조에 명시적으로 위반되어 위법하므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여, 공동저작자 간 분쟁은 민사적 구제수단을 통해 해결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후속 판결들의 동향은 공동저작자 간의 분쟁이 형사 고소라는 수단을 통해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권리 행사방법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민법상 불법행위) 등 민사적 구제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결론

대법원 2012도16066 판결은 공동저작자 중 1인이 다른 저작자 전원의 합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며,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즉,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의 ‘전원 합의’ 요건은 공동저작자 간의 내부적 권리 행사 절차를 규율하는 것이며, 이를 위반했다고 하여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인 저작권 침해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동 창작에 참여하는 저작자들은 창작 초기 단계에서 저작물의 이용 방식, 수익 분배, 의사결정 절차 등을 명확히 약정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동저작 계약서를 통해 각자의 권리관계와 책임을 구체화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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