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업자문,비즈니스와 법률] #3. 찰리 멍거와 법률 자문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은 워렌 버핏의 오랜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었던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통찰을 담은 책으로, 투자와 인생을 바라보는 멍거의 철학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찰리 멍거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 투자자’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멍거의 책을 중심으로 법조인으로서 법률자문을 제공할 때 가져야 할 태도와 사고방식, 그리고 올바른 판단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찰리 멍거의 철학과 사고방식

찰리 멍거는 책 전반에서 투자와 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학문 분야의 멘탈 모델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망치만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처럼 보인다”며 재무적 분석에만 의존하지 말고, 심리학, 경제학, 수학, 생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의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멍거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때는 ‘거꾸로 생각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 애쓰기보다 피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를 생각하면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멍거는 “어디서 죽는지를 알기만 한다면, 절대로 그곳엔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유로 이를 설명하였습니다.

아울러 멍거는 인간이 얼마나 자주 비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지를 지적하며, 이러한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멍거는 기존 강단 심리학에 대하여 통렬한 비판을 하며, ‘오판의 심리학’이라는 표제 하에 25가지 인간 심리의 주요 오류를 정리하였습니다.

이러한 통찰이 담긴 멍거의 철학은 ‘멍거리즘(Mungerism)’이라 불리며, 미국의 기업가와 투자자는 물론 다양한 의사결정자들에게 널리 인용되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가 말하는 올바른 법률자문 방법

상술했듯, 멍거는 법조인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판사였고, 아버지는 로펌 변호사였으며, 멍거 역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서 경력을 시작하여, 동료들과 함께 로펌도 설립하였습니다. 그러나 8남매를 키우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로펌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탓에 멍거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투자업으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으로서 워렌 버핏을 도와 세계적인 투자기업을 키운 멍거는 비즈니스와 법률 두 분야 모두를 통달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에서 찰리 멍거는 살로몬 브라더스의 법률 고문이 저지른 실수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한때 미국의 투자은행 살로몬 브라더스에 투자한 바 있었습니다. 살로몬 브라더스는 존 헬리어와 브라이언 버로가 쓴『문앞의 야만인들』*에 등장하는 RJR 나비스코 인수전에도 참여했던 투자은행으로 당시 KKR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문앞의 야만인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선 글 ‘문 앞의 야만인들과 상법 개정’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와는 별개로, 1991년 살로몬 브라더스의 직원이 국채 입찰과 관련한 부정 행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금융 당국에 발각되기 전, 살로몬 브라더스의 법률 고문은 CEO에게 ‘당국에 보고할 법적 의무는 없으나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CEO는 보고를 주저했고, 결국 사건은 대형 금융 스캔들로 번지며 CEO와 법률 고문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멍거는 이 사례를 두고 “법률 고문은 이성이 아닌 ‘이익’에 호소했어야 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즉, 도덕적 의무만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보고하지 않을 경우 고객이 잃게 될 평판·지위·금전적 손실’을 구체적으로 경고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했기에 살로몬 브라더스의 법률고문은 고객(CEO)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으며, 고객은 물론 자신도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법률 자문을 제공할 때, 보통 고객에게 법적 의무에 대해서만 조언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살로몬 브라더스의 법률 고문은 도덕적 의무까지 언급을 했다는 점을 보아 한 단계 더 나아간 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멍거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법률 고문은 고객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였어야 하며, 그것이 변호사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아니라 이익에 호소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찰리 멍거가 살로몬 브라더스 사건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법조인은 단지 ‘무엇이 합법인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멍거의 통찰은 법률자문이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고객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임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결국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은 투자자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침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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