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25. 법왜곡죄 신설: 판사·검사도 이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2026년 3월 12일, 이른바 '법왜곡죄'를 담은 개정 형법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습니다. 2026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 3월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월 12일 오전 0시 관보 게재와 함께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이로써 재판·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을 왜곡한 판사·검사·사법경찰은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법왜곡죄의 조문 구조와 성립 요건을 확인하고, 독일 판례를 참고하여 향후 한국에서의 적용 기준과 실무상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법조문 — 형법 제123조의2 (신설)
개정 형법은 ‘법왜곡죄’를 신설하여 재판·수사 과정에서의 고의적인 법 왜곡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규율하였습니다. 신설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여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사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3.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
▶ 조문 해설 — 성립요건과 처벌
해당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주체, 고의 및 목적, 그리고 구체적인 행위 유형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주요 성립요건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위주체(신분범)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법관, 검사, 수사경찰만 처벌 대상입니다. 민사·행정 사건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2. 고의와 목적
단순한 오판이나 법해석 착오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목적 아래 고의로 법을 왜곡해야 합니다.
3. 세 가지 행위 유형:
- 법령 오·부적용: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단서 조항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 재량 판단은 제외됩니다.
- 증거조작: 증거를 인멸·은닉·위변조하거나, 위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 위법 증거 수집 / 무증거 유죄 인정: 3호는 성격이 다른 두 행위를 함께 규정합니다. 하나는 폭행·협박·위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입니다. 후자는 증거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뿐 아니라,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기소하는 검사도 행위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4. 처벌 수위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집니다.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 법정형: 5년 이하의 징역·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와는 일반법·특별법 관계에 있으므로, 법왜곡죄가 성립하는 경우 직권남용죄는 별도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 어떤 경우에 적용될까 — 독일 판례로 본 기준
법왜곡죄는 한국 법제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지만, 독일에서는 오랜 기간 판례가 축적된 제도입니다. 독일의 적용 사례를 통해 법왜곡 판단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일 판례의 경향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법왜곡죄의 모델은 독일 형법 제339조(Rechtsbeugung)입니다. 독일은 1871년 제국형법 이래 150년 이상 이 조항을 운용해 왔습니다. 판례 축적이 깊어 적용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므로, 한국에서 법 해석 방향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판사, 기타 공무원 또는 중재판사가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법률을 왜곡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
독일 연방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은 엄격합니다. 단순히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해서 법왜곡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고의로 중대하게(in schwerwiegender Weise) 법에서 이탈한 경우에만 처벌합니다.
2. 유죄로 확정된 사례
① 코로나 마스크 소송 사주 판사 (2024년, 독일연방대법원 2 StR 54/24)
바이마르 지방법원 판사가 학교 마스크 의무화 조치 해제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학부모를 직접 섭외하고, 그 사건을 스스로 배당받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판사가 소송 자체를 기획·조종했다는 점에서 법왜곡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집행유예)을 확정했습니다.
② 기소 중단으로 공소시효 소멸시킨 검사 (2017년, 독일연방대법원 4 StR 274/16)
프라이부르크 검찰청 검사가 기소 가능한 수사사건 여러 건을 처리하지 않고 허위 처분으로 사건등록부에서 삭제해 상급자의 감독을 회피했습니다. 이 중 일부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기소 가능한 사건에서 공소 제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 공소시효를 만료시킨 행위는 그 자체로 중대한 절차법 위반"이라며 법왜곡죄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③ 교통위반 일괄 무죄 판사 (2014년, 독일연방대법원 2 StR 479/13)
평소 도로교통청의 기록관리 부실에 불만을 품고 있던 에어푸르트의 지방법원 판사가 교통위반 사건에서 주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판을 열지 않고 증거조사도 없이 교통위반 사건들을 일괄 무죄 처리했습니다.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은 "판사가 자신의 법률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면서도 ‘정의롭다’고 믿은 것만으로는 법왜곡죄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라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3. 무죄로 뒤집힌 사례
① 구금 항고 사건 의도적 지연 판사(2001년, 독일연방대법원 5 StR 92/01)
함부르크 지방법원 판사가 법정 소란을 이유로 방청객을 감치한 후 즉시항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2일 동안 고등법원에 이송하지 않아 항고인이 3일간 구금된 사건입니다. 1심은 유죄였으나 독일 연방대법원은 “'구금 사건에서의 절차 지연은 신속처리 원칙에 반할 수 있으나, 형법상 사법방해로 처벌되려면 ‘의식적·목적적 지연’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판사의 재량과 사법독립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하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독일 판례는 '합법의 외형을 띠고 있어도 실질적으로 중대한 법 이탈에 해당하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습니다.
▶ 한국 적용상의 쟁점
다만 이러한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한국 형사절차 구조에서는 여러 해석상·실무상 쟁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의 입증의 어려움
독일과 달리 한국 법조계에서는 고의와 목적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단서 조항이 "합리적 재량 판단"을 제외하고 있어, 결국 판사나 검사의 내심을 입증해야 합니다.
② 기소편의주의와의 충돌
독일은 기소법정주의(요건 충족 시 반드시 기소)를 따르지만, 한국은 기소편의주의(검사 재량으로 불기소 가능)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법왜곡죄를 적용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③ 사법 위축 우려와 고소·고발 남발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나 불기소에 불만을 가진 고소인 등이 담당 판·검사를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실제 독일에서도 유죄 확정자 56명(2002~2017) 중 실형은 단 3명(약 5%)에 그쳤으며, 법왜곡죄는 처벌 기능보다 상징적 억지력에 가까운 제도로 평가됩니다.
▶ 실무적 시사점
법왜곡죄는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법원행정처는 법 시행 첫날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어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며, 법왜곡죄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사·검사·수사경찰이 직접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형사사건 실무 전반에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다만 독일의 150년 판례와 달리 한국은 적용 기준을 다듬어 온 전례가 없어, '어느 범위까지 법왜곡인지'를 둘러싼 법리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뢰인의 사건에서 수사·재판 단계의 법 적용에 의문이 있다면, 법왜곡죄 적용 가능성 여부를 포함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6 SEUM La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