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가상자산,블록체인/가상자산 법률 가이드] #16.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첫 시세조종 유죄판결의 의미

안녕하세요. 이승민 변호사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6년 2월 4일,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한 히트봇 거래 및 허수주문으로 코인 시세를 조작한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2025고합3). 이번 판결은 2024년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이후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첫 유죄판결로,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 방향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선례인 만큼 그 의미는 각별합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와 주요 법적 쟁점, 그리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구조 - 코인 위탁판매업자의 시세조종

피고인 A는 해외 가상자산 발행재단으로부터 코인 약 201만 개를 넘겨받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도한 뒤 수익을 나누는 위탁판매업자였습니다. 피고인 C는 A의 지시에 따라 자동매매 프로그램(봇)을 직접 제작하고 운영했습니다. 이들은 2024년 7월 22일부터 10월 25일까지 약 3개월간 히트매도·매수와 허수매수주문을 지속했습니다.

히트매도·매수(Hit 거래)란 시장가보다 불리한 가격으로 지정가 매수·매도 주문을 반복 체결시켜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급증시키는 행위입니다. 피고인들은 이 방식으로 지정가 매수주문 약 19만 8,160건, 약 1,924만 개 규모의 주문을 반복 체결시켜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렸습니다.

허수매수주문(Wall Bot)은 직전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의 매수주문을 대량으로 제출했다가 체결 직전 즉시 취소하는 방식으로, 마치 매수세가 두텁게 대기 중인 것처럼 보이는 ‘매수벽’을 형성하는 행위입니다. 피고인들은 약 535만 7,893건의 허수매수주문을 통해 코인 약 268억 개의 매수세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코인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투자자를 오인시키고,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A에게는 징역 3년, 벌금 5억 원, 추징 약 8억 4,656만원을, 피고인C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2. 이 판결의 핵심 법적 쟁점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며 여러 법적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을 내렸고, 이는 향후 유사 사건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 피고인 주장 법원 판단 실무 시사점
'시세 정의' 거래소마다 가격이 달라
죄형법정주의 위반

거래소별 독립 가격
= 각각의 '시세'

거래소 간 연동 주장은
통하지 않음

공모범 인정

단순 지시 이행,
고의 없음

묵시적 공모 성립

개발자·IT 직원도
공범 리스크

부당이득 추징 -

인과관계 입증 불가
→ 이 부분 무죄

검찰의 산정 방법론
정교화 예상


① 가상자산법상 ‘시세’의 정의 —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피고인 측은 가상자산법에 ‘시세’의 정의 규정이 없고, 국내·해외 수십 개 거래소에서 각기 다른 가격이 형성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시세’ 개념이 불명확하다며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주장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법상 ‘시세’란 해당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형성된 가격을 의미하고, 각 거래소는 독립적인 오더북(Order Book)을 운영하므로 시세는 거래소별로 독립적으로 형성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러 거래소 간 가격이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은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한 사후적 조정일 뿐이라고도 밝혔습니다.

◆ 실무 포인트

“거래소 간 시세가 연동되어 있어 특정 거래소에서만 시세조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음


② 자동매매 프로그램 운영자도 공모범으로 처벌된다

C는 단순히 A의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했을 뿐, 시세조종의 고의나 공모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C가 ‘히트봇’, ‘월봇’ 등 시세조종에 특화된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A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작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상 묵시적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본 것입니다.

◆ 실무 포인트

가상자산 자동매매 프로그램의 개발·운영자는 최종 투자 결정권자가 아니더라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 즉, IT 개발자나 기술 인력도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음


③ 부당이득 71억 원 추징은 ‘무죄’ -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검사는 A가 시세조종으로 약 71억 4,4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며 추징을 구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시세조종 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2009도1374 등)에 따르면 몰수·추징의 대상인 ‘취득한 재산’은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험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이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단으로부터 받은 코인의 매수단가 산정이 불가능하고,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 모두 구체적 산정이 곤란하다고 보았습니다.

◆ 실무 포인트

시세조종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부당이득 추징은 별개의 엄격한 입증 기준이 적용됨. 다만 수사기관과 검찰은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증거 수집 및 산정 방법론을 더욱 정교화할 것으로 예상됨


  3. 유동성 공급(Market Making)과 시세조종의 경계

피고인 측은 “이 거래는 코인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정당한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활동”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당한 유동성 공급은 거래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합리적인 스프레드 범위 내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 사건의 거래는 시장가보다 불리한 가격으로 반복 체결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적 합리성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뒤 보유 물량을 매도해 수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명백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코인 발행재단과 유동성 공급 계약(MM 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실질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4. 실무적 시사점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첫 유죄판결이 선고되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 기준이 사실상 확립됐습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에서의 근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건은 수사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판결을 통해 확인된 리스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코인 발행재단: MM 계약 업체 선정 시 계약 내용과 실제 운영 방식을 법률 전문가와 함께 사전 검토
  • 마켓메이커/위탁판매업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한 거래는 시세조종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음
  • IT/개발 인력: 자동매매 프로그램의 개발·운영만으로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


  • 수사 단계의 대응: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핵심 증거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


이번 판결은 단순히 특정 피고인에 대한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유동성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그 실질이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지 지금 바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수사를 받고 계시거나, 사전에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고자 하시는 분은 법무법인 세움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6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