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M Alert] DH-배달의민족, 공정위 조건부 승인의 의미

지난달 13일, 딜리버리 히어로(DH)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의 매각을 우아한형제들 인수 조건으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받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약 11개월을 끌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부 기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12월초 전원회의를 개최해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온 심사보고서는 재판으로 보면 검사의 공소장과 비슷한 성격이고, 전원회의는 9명의 공정거래위원 전체가 참석해 심리하는 재판에 해당하며 여기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예상보다 강한 조치

사실 이런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내용은 제가 지난 4월 칼럼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강한 조치입니다.

저는 당시 "공정위는 M&A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승인하기 보다는 중간 즈음의 결정을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배달 앱 시장에서 경쟁의 불씨를 살려 두기 위해 3위 브랜드지만 10%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배달통이나, 우아한형제들이 갖고 있지만 경쟁자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는 배달POS 회사인 푸드테크와 같이 일부 사업은 DH가 인수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DH의 홈페이지 발표에 따르면 심사보고서는 "Delivery Hero's 100% South-Korean subsidiary Delivery Hero Korea LLC"를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DH는 이를 'Yogiyo'라고 약칭했는데, 현재 유한책임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심사보고서가 만약 이 회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면 결국 '요기요' 뿐만 아니라 '배달통'도 같이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심사보고서는 DH가 한국 배달시장의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을 새로 인수하려면 기존에 스스로 서비스하고 있던 브랜드를 처분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인데요. 지난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할 때에는 수수료 인상 금지와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건만 걸어 인수를 승인했던 것에 비해 왜 이번에는 이렇게 강한 조건을 제시한 것인지, 정치적 이유는 아닌지, 어떤 점에서 다른 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새로 생긴 내부지침

여기에 대해서는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공정위 실무의 관점에서는 지난 2009년 이베이-G마켓 건의 심사 때는 없었던 '기업결합 시장조치 부과기준'이라는 내부 지침이 2011년에 새로 생겼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며, 행태적 조치는 구조적 조치의 효과적 이행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병과하여야 하고, 다만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하거나 효과적이지 아니한 경우 등에는 행태적 조치만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조적 조치'란 주식이나 자산 매각과 같이 M&A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조치를 의미하고, '행태적 조치'란 2009년 이베이-G마켓 건에서 나왔던 가격 인상 금지와 같이 기업의 '행동'에 대한 제약을 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즉, 2011년 이후 공정위가 기업결합 건에서 2009년 이베이-G마켓 건과 같이 가격인상 금지와 같은 조건만 걸고 승인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하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DH-배민 건과 같이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M&A에서는 왜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한지, 또는 효과적이지 않은지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의 M&A와 관련해서도 최종적으로 자산 매각 명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수수료 인상 논란도 영향 미쳤을 듯

다음으로는 배달의민족이 지난 4월 수수료 인상 시도를 통해 일종의 시장지배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초 배달 건수와 상관없이 가게 당 월 8만8000원만 받던 수수료를 배달 건마다 5.8%를 떼는 정률제로 바꾸려다 여론의 반발에 백지화하고 다시 기존의 정액제로 회귀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플랫폼 독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매우 크게 일어났고, 여러 지방정부가 공공 배달앱을 만들기로 하는 등 전국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관점에서는, 이렇게 어떤 한 회사가 가격 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례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실질적인 경쟁자를 의식했다면 가격을 인상하거나 회사에 유리하게 가격 체계를 쉽게 변경하지는 못하는 것이니까요. 배달의민족의 가격 체계 변경 시도는 물론 성사되지 못했지만, 경쟁 상황을 보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도 자체를 상당히 유력한 시장 지배력의 증거로 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복잡하고 수직적인 시장구조

마지막으로는 시장 구조가 더 복잡하고 수직적이었다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습니다. 이베이-G마켓 건의 관련 시장이었던 오픈마켓(전자상거래) 시장은 판매자-플랫폼-소비자로 단순히 연결돼 있고 배송은 판매자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별도로 계약했었습니다.

하지만 배달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앱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판매자의 주문 수령 및 결제 시스템도 운영하고(푸드테크), 나아가 판매자와 배달 사업자 또는 배달 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면서 또한 배달 기사들의 플랫폼(배민 라이더스)도 운영하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한 회사가 소비자-구매 플랫폼(앱)-판매 플랫폼(POS)-판매자-배달 플랫폼(기사 호출)-배달기사-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수직적 서비스 과정을 모두 지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경우 독점의 폐해가 더욱 심할 뿐만 아니라 이전 상태로 회복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이번 DH-배민 건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건은 여러 모로 우리나라의 M&A 시장과 IT 스타트업 시장에 커다란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혁신을 통한 시장 독점은 금지하지 않지만 인위적인 결합을 통한 시장 독점은 허용하지 않는 경쟁법, 즉 공정거래법에 대한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의 인식도 많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우리 스타트업 시장과 경제 전체의 활력을 높이고 더 큰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