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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기업자문,비즈니스와 법률] #2. 월마트와 계약갱신요구권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월마트, 두려움 없는 도전(Made in America: My Story)』는 월마트(Walmart)의 창업자이자 미국 유통업계를 혁신한 거인으로 평가받는 샘 월턴(Sam Walton)의 삶과 경영 철학, 그리고 그가 유통 산업에 미친 영향을 담은 자서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샘 월턴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계약 갱신권의 중요성을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샘 월턴과 월마트, 미국식 기업가 정신의 교과서

샘 월턴은 1918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대공황 시절을 겪으며 근검절약과 성실함의 가치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퇴역한 그는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실험적인 판매 전략을 시도하며 사업 경험을 쌓았습니다.

1962년, 샘 월턴은 아칸소주 로저스에 첫 월마트 매장을 열었습니다. 월마트는 당시 유통업체들이 주목하지 않던 소도시를 타겟으로 삼아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였고, 상품의 가격을 항상 낮게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경쟁사인 K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며 끊임없이 학습했습니다.

워렌 버핏의 파트너 찰리 멍거는 샘 월턴의 경쟁 전략에 대해서 42명의 서투른 선수와 시합에서 KO승을 거둔 다음 결승에 진출한 권투 선수와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월마트가 대기업 경쟁사와 정면 승부하기 어렵던 시절에 여러 소도시의 소규모 상인들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운 후에 대기업 경쟁사를 무너뜨리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부터는 정보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데이터 기반 경영을 실현했고, 자체 물류센터와 트럭을 운영하여 유통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물류 혁신과 재고 자동화 시스템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도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샘 월턴은 소비자에게 직접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인 ‘Made in America: My Story’에 표현된 것처럼 그의 경영 철학은 유통업계를 넘어 미국 기업가 정신의 전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계약 갱신 조항 부재가 남긴 교훈

이 책에는 샘 월턴이 사업 초창기 시절, 임대차 계약에 계약 갱신 조항(renewal clause)을 포함하지 않는 큰 실수를 한 일화가 소개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1945년경 샘 월턴은 장인의 도움으로 아칸소주 뉴포트에서 벤 프랭클린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이 매장은 임차한 건물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의 탁월한 경영 성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매장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건물주와 단 5년 임대 계약만 체결하고, 계약서에 갱신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매장의 높은 수익성을 눈 여겨 본 건물주는 월턴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자기 사위에게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매장을 운영하게 했습니다. 결국 월턴은 점포를 빼앗기고 철수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월턴은 매장을 열 때마다 가능한 한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고 법률적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바로잡았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월마트의 안정적 확장 전략과 부동산 운영 철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실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계약 갱신 조항

우리나라에는 임차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습니다. 이 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임차인에게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하여 최장 10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계약갱신요구권)를 보장합니다. 이 권리는 법으로 보장되므로,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발생합니다.

그러나 계약 갱신권은 임대차 계약 외에도 상표,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계약, 용역 계약, 매니지먼트 계약, 유통 계약 등 다양한 계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계약에는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과 같이 법에서 정하는 계약 갱신권이 없으므로, 계약 갱신권이 필요하다면, 계약서에 그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갱신권 조항을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 브랜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국내에서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하여 직접 우리나라에 진출하여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샘 월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계약 갱신권은 단순히 계약 기간의 연장을 넘어서, 사업의 존속과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례는 사업의 성공 여부가 때로는 계약서 한 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월턴은 이 뼈아픈 경험을 한 후 아들에게 로스쿨에 진학할 것을 권유하였고, 실제 그 아들인 롭 월턴은 훗날 로스쿨을 졸업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월마트의 CLO(Chief Legal Officer)를 거쳐서 회장까지 역임하였습니다.

샘 월턴은 계약 갱신 조항을 넣지 않아서 매장을 잃는 실수를 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기에 월마트를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월 마트와 샘 월턴도 임대인의 횡포에 눈물 흘리던 소상공인 시절이 있었고, 실수를 교훈 삼아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나 스타트업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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