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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18. 기업의 저작물 이용과 성명표시권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 활동은 이미지, 영상, 텍스트, 음악 등 수많은 콘텐츠의 활용을 전제로 합니다.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저작물을 손쉽게 복제하고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은 비즈니스의 속도와 효율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저작권 침해의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특히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은 실무상 빈번하게 문제가 되면서도 쉽게 간과되는 권리입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성명표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올바른 성명표시의 방법에 대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성명표시의무의 원칙과 예외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성명(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이자,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가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해야 할 의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성명표시권은 저작물이 누구에 의해 창작되었는지를 명확히 하여 저작자의 명예와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출처와 신뢰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작권법에 기재된 성명표시권 관련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저작자가 표시한 바에 따라' 표시할 의무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본문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저작자가 표시한 바에 따라' 표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용자가 임의로 저작자명을 바꾸거나 생략해서는 안 되며, 저작자가 필명(이명)을 사용했다면 그 필명을, 실명을 사용했다면 실명을 표시해야 합니다. 또한, 성명표시권에는 저작자가 '무기명'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공표할 권리도 포함됩니다.

만약 저작자가 의도적으로 성명을 표시하지 않고 저작물을 공표했다면, 이용자 역시 그 뜻을 존중하여 성명을 표시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3. 선고 2021가합573167 판결).


② 성명표시의무 위반

가장 전형적인 성명표시권 침해 유형입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가 음원 다운로드 및 미리듣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작곡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거나, 가사 보기 서비스에서 작곡가를 다른 사람으로 잘못 표시한 행위 모두 성명표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입니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57497 판결).

1) 관련 사례: 저작자명을 누락하거나 잘못 표시한 경우

  • A 음악사이트는 이용자들에게 B 작곡가의 음악저작물에 대한 MP3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B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았고, 가사 보기 서비스에서는 작곡가를 C로 잘못 표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A 음악사이트가 B 작곡가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작물의 작곡자가 B라고 인식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가사보기 서비스에서 B의 성명이 아닌 C의 성명이 표시되었다면 이는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 기업이 외부 창작자와 협업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작물의 창작 과정에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했더라도,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하지 않았다면 저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2) 관련 사례: 공동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한 경우

  • B 웹툰 플랫폼은 독자들에게 A 작가의 웹툰을 서비스하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뿐인 자사 대표 C를 '글작가' 또는 '원작자'로 함께 표시하였습니다. 법원은 B 웹툰 플랫폼과 대표 C가 A 작가의 성명표시권을 공동으로 침해했다고 판단하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9. 선고 2020가단5313298 판결). 이 판결은 저작자로서의 기여가 없는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는 행위가 저작자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임을 보여줍니다.

  • 저작물의 출처(예: 'OO 연구보고서')를 표시하는 것과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는 것은 별개의 의무입니다. 따라서 출처를 밝혔더라도 저작자명을 누락할 경우 성명표시권의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출처를 잘못 표시하는 행위 역시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3) 관련 사례: 출처표시와 성명표시는 다르다

  • 교육부가 교사용 지도 자료집을 만들면서 A가 저술한 역사책의 내용을 상당 부분 전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내용은 출처 표시를 아예 누락했고, 다른 일부 내용은 A의 책이 아닌 다른 저작물을 출처로 잘못 표시했습니다. 법원은 "A 저작물의 출처를 전혀 표시하지 않거나 다른 저작물로 잘못 표시한 행위는 원고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판시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나2037350 판결).


성명표시의무의 예외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는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성명표시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작물 이용의 편의를 도모하고 원활한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판례와 학설은 일일이 저작자명을 표시하기 곤란하고 저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관행이 형성된 경우를 예외적인 사례로 듭니다. 예를 들어, 호텔 로비나 백화점에서 배경음악을 트는 경우, 영화의 배경으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미술작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1) 관련 사례: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의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해 성명표시권 침해를 부정당한 경우

  • A 음원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B 작곡가의 편곡 음원을 서비스하면서 저작자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 플랫폼이 유통사로부터 저작자 정보가 없는 음원을 공급받아 그대로 서비스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저작자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의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성명표시권 침해를 부정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나50370 판결).

  • 그러나 이러한 예외는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나 방송과 같이 기술적으로 자막이나 별도의 정보란을 통해 저작자명을 표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8. 9. 23. 선고 2007나70720 판결).

  • 한편, 저작물을 비평 목적으로 인용하면서 저작자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오히려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저작자의 실명을 명시하지 않고 'A학원 모 교재'와 같이 소속 단체와 저작물의 종류를 표시하는 것도 합리적인 출처 표시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2202 판결).


올바른 성명표시의 방법

성명표시의무를 올바르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저작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확한 정보를 표시해야 합니다.


① 저작자가 표시한 바에 따른 표시

성명표시의 대원칙은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표시하는 것입니다(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이용자는 저작자가 사용한 실명이나 이명(필명, 예명 등)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며, 임의로 변경하거나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저작자가 성명을 표시하지 않고 저작물을 공표했다면, 이는 성명을 표시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한 것이므로 이용자 역시 성명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②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위치와 방식 

저작자의 성명은 저작물 이용자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위치와 방법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판례는 '사회통념상 저작자임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 저작물의 경우 사진의 바로 아래나 위에, 영상 저작물은 엔딩 크레딧에, 온라인 게시물에 사용된 저작물은 본문 내용 중 또는 출처 정보란에 저작자를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너무 작은 글씨로 기재하거나 여러 단계를 클릭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숨겨두는 방식은 적절한 표시로 보기 어렵습니다.


③ 정확한 저작자 정보의 기재

저작자의 성명을 오기(誤記)하거나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는 것은 성명표시권의 중대한 침해입니다. 특히 기업 실무에서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임직원이나 대표자를 저작자로 표시하는 경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④ 저작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저작자를 확인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작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단순히 출처를 '인터넷'이나 '구글 이미지' 등으로 표시하는 것은 성명표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저작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다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저작자 불명의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용하는 절차(저작권법 제50조)를 검토해야 합니다.


맺음말

저작자의 성명을 올바르게 표시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실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때, '저작자가 누구인가?', '어떻게 그의 이름을 알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습관을 정착시켜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창작자와 상생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5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