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가상자산,블록체인/가상자산 법률 가이드] #14. 가상자산 자금세탁 범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이승민 변호사입니다.
가상자산 자금세탁범죄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국경 초월성을 악용해 범죄 수익을 합법 자금처럼 위장하는 행위입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1조 원 이상 적발되고, 적발액의 80% 이상이 검찰에 송치될 정도로 국가 금융시스템을 직접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자리 잡았습니다.
검사로서 가상자산 범죄를 직접 수사하였고 금융감독원에서도 근무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자금세탁의 의미, 법적 규제 체계, 주요 처벌 사례, 그리고 유형별 대응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가상자산 자금세탁의 의미와 특징
(1) 가상자산 자금세탁이란 무엇인가
가상자산 자금세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 거래,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리딩방 사기 등에서 발생한 범죄 수익을 여러 차례 거래·전송을 거쳐 ‘합법 자금’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통적 자금세탁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 전송의 신속성과 국경 이동에 제한이 적다는 특성을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국가와 거래소를 경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 왜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에 이용되는가
가상자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금세탁에 특히 취약합니다.
- 익명성·가명성: 실명계정(KYC)이 없는 지갑 간 전송은 추적이 어렵습니다.
- 국경 초월성: 단 몇 분 만에 해외 거래소나 해외 지갑으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 24시간 거래: 은행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자금 이동이 가능합니다.
2. 가상자산 자금세탁에 대한 법적 규제
(1)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상 규제
가상자산 자금세탁 규제의 근간은 특정금융정보법입니다.
- 특정금융정보법 제2조 제1호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가상자산의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 등을 영업으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합니다.
- FIU에 미신고 상태로 가상자산사업을 영위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금세탁행위가 인정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형량이 가중됩니다.
- 대법원은 2025. 9. 4. 선고 2025도4431 판결에서 가상자산[테더(USDT)] 거래가 자금세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 규모와 횟수, 현금 수수 정황 등을 종합하여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거래 패턴 자체가 자금세탁 고의와 범죄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고 단순 투자와 자금세탁 목적 거래를 패턴 기준으로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 외국환거래법: 불법 환치기 규제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환치기는 외국환거래법 제8조(무등록 외국환업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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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위는 정식 은행 송금·외환신고 절차를 회피하는 것으로, 범죄 수익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강하게 처벌됩니다.
(3)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가상자산 자금세탁 과정에서는 금융실명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금융실명법: 대구지방법원 2023노195 판결은 미신고 가상자산 매매를 통해 받은 매도대금을 수입거래 대금인 것처럼 가장하여 외환을 송금한 사안에서, “타인 명의 법인 계좌로 자금을 받아 일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행위는 탈법행위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을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 전자금융거래법: 대포통장(타인 명의 계좌·카드)을 활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접근매체 양도·양수 금지) 위반이 추가로 적용되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4) 실명계정과 트래블룰(Travel Rule)
- 실명계정: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 제3항 제2호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실명계정 확보 의무를 부과하여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자금세탁을 차단합니다. 실명계정이 없는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다른 사업자의 고객과의 거래를 중개할 수 없습니다.
- 트래블룰: 가상자산 이전 시 송금인·수취인 정보를 함께 전송하도록 하는 규제로, 통상 100만 원 이상 거래에서 송금인·수취인의 성명, 지갑 주소, 거래 목적 등 주요 정보가 상대 사업자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위반 시 과태료 1억 원 이하의 제재가 가능하며,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가상자산사업자 해당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710 판결은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영리를 목적으로 특정금융정보법에 규정된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계속·반복하는 자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해당 사안에서는 ① 재정거래(국내외 거래소 간 시세 차익을 노린 거래) 목적으로 타인 자금을 받아 일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 후 국내로 이전한 점, ② 거래 자금·규모와 횟수가 상당한 점, ③ 법인 계좌를 이용한 조직적 운영 구조 등을 볼 때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로 볼 수 있다고 하여 단순 개인 투자와 ‘영업으로 하는 가상자산 매매’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했습니다.
3. 적발 현황 및 처벌 사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외환거래는 830건(12조 4,349억 원)이 적발되었는데, 이 중 가상자산 거래액이 11조 3,724억 원(91.5%)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적발된 불법외환거래 중 80%가 검찰에 송치되었다고도 합니다.
(1) 불법 환치기 사례
- A씨는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구입·수령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이를 매도해 원화로 환전하고, 의뢰인들에게 약 2,800억 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불법 환치기를 수행하여 외국환거래법상 무등록 외국환업무로 기소되었습니다.
- B사는 홍콩 골드바 거래를 가장하고, 실제로는 가상자산 구매대금 명목으로 약 8,500억 원을 해외로 송금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 리딩방 사기 및 스테이블코인 세탁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8월, 락업(거래 제한) 상태의 코인을 곧 상장될 유망 코인인 것처럼 허위 홍보해 1,036명으로부터 116억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범죄 수익금은 대포통장→이더리움→해외거래소→스테이블코인→개인지갑 순으로 세탁되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범죄 수익의 은닉·이동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4. 가상자산 자금세탁범죄 대응방법
(1) 피의자 입장: 방어전략
가상자산 자금세탁 또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혐의를 받는 경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영업성 부재’를 입증: 거래가 개인 자산 범위 내의 자기 계정 투자에 불과하였는지, 거래 횟수·규모가 일회성 또는 소규모에 그쳤는지, 법인 계좌를 이용하는 등 조직적 구조 없이 운영되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인 계좌·지갑 거래내역, 메신저 기록 등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고의 부재’를 주장: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의무의 존재를 알지 못했거나, 스스로를 단순 투자자로 인식했다는 사정 및 외부 자문을 토대로 구조를 설계했으나 실제 영업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판례·수사 실무는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므로,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거래 패턴 분석과 법리 검토가 결합된 정교한 방어 전략이 필요합니다.
(2) 가상자산사업자·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대응
미신고 상태 영업은 5년 이하 징역 등 중대한 형사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가상자산사업자, 그리고 관련 금융회사는 다음 사항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 사업 초기부터 FIU 신고와 실명계정 제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 고액·빈번 거래에 대한 자동 모니터링, 트래블룰 이행 절차의 내부 표준화, 의심거래 보고(STR) 기준·사례를 담은 매뉴얼 및 정기 교육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내부통제 미비는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행정제재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영진·실무자의 형사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결론
최근 수사기관은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고, 익명성 높은 해외 거래소·OTC 브로커와 연계된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자금세탁범죄 대응은 블록체인 기술뿐만 아니라 특정금융정보법·외국환거래법·금융실명법에 대한 이해와 국제 공조 경험이 결합되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검사로서 가상자산 범죄 수사를 직접 담당했고 금융감독당국에서 근무했던 경험은 피의자 방어 또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실질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강한 무기가 됩니다. 가상자산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거나, 리딩방 사기·불법 환치기 등으로 피해를 입으셨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사 대응, 재판, 국내·해외 자산 추적과 회수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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