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29. 루이비통 리폼 판결로 본 ‘상표의 사용’ 기준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오염되거나 오래되어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진 가방이나 옷을 분해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쳐 사용하는 ‘리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이 리폼을 둘러싸고 논쟁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전문 수선 업자가 명품을 리폼하면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인데요.

내 소유의 정품을 전문가에게 맡겨 고치는 것뿐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시각과, 원래 제품과 전혀 다른 물건을 만들어내는 이상 상표권 침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대법원이 리폼 산업의 향방을 가를 판단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명품 리폼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을 중심으로, 상표법의 근간인 '상표의 사용' 개념과 성립 요건, 그리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피고인 리폼 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루이비통 로고가 표시된 정품 가방을 건네받아, 그 원단으로 전혀 다른 디자인의 지갑·파우치 등 이른바 '리폼 제품'을 제작해 주고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루이비통 상표권자)가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주된 쟁점은 "리폼 업체의 행위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 2. 원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

원심(특허법원)은 리폼 제품을 기존 정품과 구별되는 '새로운 상품'으로 보았습니다. 그 새로운 상품에 루이비통 로고를 표시한 것은 업체가 해당 상품의 출처인 양 상표를 사용한 행위이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리폼 업체의 행위는 '상품 판매'가 아닌 '용역(서비스) 제공'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 논거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소유권 행사의 연장

소유자는 자신의 물건을 수선·변형할 권리가 있으며, 기술이 없어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은 소유권 행사의 자연스러운 연장입니다.

② 시장 유통의 부재

리폼 제품은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되기 위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였던 고객에게 다시 돌아가므로,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거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③ 수수료의 성격

업체가 받는 수수료는 상품 판매 대금이 아니라 고객 소유물에 대한 가공 서비스의 대가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해 리폼 업체의 행위가 상표의 본질적 기능인 '출처표시기능'을 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소비자가 리폼 제품을 보고 "리폼 업체가 만든 새로운 상품"이라고 오인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루이비통 정품을 소유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인식할 뿐이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모든 리폼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닙니다. 외형상 고객의 의뢰를 받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업체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자신의 상품처럼 생산·유통시키는 '특별한 사정' 이 있다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미리 다수의 리폼 제품을 제작해 전시·판매하거나, 헌 가방을 받고 기제작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아울러 이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 책임은 상표권자인 원고에게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 3. 이 판결이 말하는 ‘상표의 사용’의 본질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는 '상표의 사용'을 상품 등에 상표를 표시하거나 그 상품을 양도·인도·수입·수출하는 행위 등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상표를 물리적으로 부착하는 모든 행위가 법적인 '상표의 사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것처럼, '상표의 사용'이 성립하려면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기능’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소유자의 의뢰에 따른 가공 서비스, 완성품의 해당 고객 반환, 시장 유통의 부재 등 리폼 행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리폼 제품이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리폼 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상표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더라도, 거래 맥락에서 상품으로 유통되지 않는다면 상표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번 판결로 재확인된 것입니다.


▶ 결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상표권자의 권리 보호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의 자유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이 판결로 인해 리폼·업사이클링 산업은 일정한 법적 안정성을 얻었고, 상표권자는 침해를 주장하기 위한 보다 높은 입증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판결이 환기하는 핵심은, 상표 관련 행위의 위법성은 상표가 거래 시장에서 출처를 나타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표의 물리적 존재가 아닌 기능적 의미를 묻는 이 원칙은, 리폼 사건을 넘어 상표법 전반을 관통하는 해석의 좌표로 기능할 것입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6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