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이혼상속 법률가이드] #03. 형사 공판에서의 증거인부
안녕하세요. 남현 변호사입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엄중한 절차이며, 모든 판단은 '증거'에 기반해야 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수많은 증거들이 법원의 판단 자료로 쓰이기 위해서는 법원이 이를 채택해야 하고, 그에 앞서 통상적으로 '증거인부'라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는 형사 공판의 핵심적인 과정으로,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은 증거인부 절차의 의의, 법적 효과, 그리고 실무상 고려사항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의의
형사 공판에서 검사가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증거로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부동의) 의견을 물을 수 있는데, 이 절차를 '증거인부'라고 부릅니다.
보통은 '증거인부서'라는 문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는데, 증거인부서에는 검사가 증거신청을 위해 제출한 증거목록상의 개별 증거마다 동의, 부동의 의견을 기재합니다. 이 절차를 통해 어떤 증거를 법정에서 심리할지, 즉 증거조사의 범위가 결정됩니다.
2. 법적 효과
동의의 효과
증거에 대해 '동의'하면, 해당 증거는 다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증거능력을 갖추게 되어 법관이 유죄 판단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경찰이나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 진술조서와 같은 서류 증거(서증)들은 원래 법정에서 직접 진술한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전달한 것(전문, 傳聞)이므로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전문법칙). 하지만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이러한 전문증거들도 증거능력이 부여되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심리할 수 있게 됩니다.
부동의의 효과
반면, 전문증거에 대해 '부동의'하면 해당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검사는 그 증거를 공판에 현출하기 위해 증거능력을 부여 받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목격자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에 대해 변호인이 '부동의'하면, 검사는 그 목격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자신이 말한 대로 적혀 있는 게 맞다고 증언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증인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고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을 거친 후에야 그 진술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사가 증인을 출석시키지 못하면, 해당 목격자의 진술서나 진술조서는 증거로 쓰일 수 없게 됩니다.
3. 증거인부가 중요한 이유
증거인부 절차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 보장
헌법은 피고인에게 증인에 대해 신문할 권리, 즉 반대신문권을 보장합니다. 변호인이 불리한 내용이 담긴 진술증거에 '부동의'하는 것은, "서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 말을 한 사람을 법정으로 불러내라. 우리가 직접 신문하여 진술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의 모순점이나 허점을 탄핵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의 실현
현대 형사소송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서류가 아닌, 법정에서의 심리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와, 판사가 직접 증거를 보고 들어야 한다는 직접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증거인부 절차는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부동의'를 통해 수사기록에만 의존하는 재판을 막고, 살아있는 증거들이 법정에서 직접 다뤄지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문법칙의 실효성과 확보
전문법칙은 법정 외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증거인부 절차는 피고인 측에게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전문법칙의 실효성을 확보합니다.
4. 실무상 고려사항
전략적 판단의 중요성
모든 증거에 대해 무조건 '부동의'하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툼이 없는 객관적인 사실(예: CCTV 영상의 존재 자체)이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에 대해서는 '동의'하여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각 증거의 유불리, 입증의 난이도, 재판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진정성립 부인'과 '내용 부인'의 구별
'부동의'는, 제3자의 진술을 기재한 증거에 대해서는 진술자가 말한 대로 적혀 있다는 점(성립의 진정,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검찰 또는 경찰에서의 진술을 기재한 증거에 대해서는 그 진술 내용 자체가 거짓이었다고 부인하는 '내용 부인'을 할 수 있습니다. 내용 부인이 가능한 증거는 그 종류가 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들 증거에 대해 내용을 부인하면 그 증거는 아예 증거로 채택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진정성립을 부인한 증거의 경우에는 원진술자를 법정에 불러 이를 확인시키는 절차를 거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증거인부는 단순히 증거 채택에 동의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닙니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고, 재판의 심리 대상을 확정하며,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는 형사재판의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각 증거의 성격과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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