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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21. 사해행위취소 – ‘선의의 수익자’에 관한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

안녕하세요. 남현 변호사입니다.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대여금의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매도인의 채권자 또는 대여금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당해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한 경우, 우리 법원은 거래 상대방, 즉 ‘수익자’가 채무자의 이러한 사해행위를 알았다는 점(악의)을 추정하므로, 수익자는 스스로 자신의 ‘선의’(= 몰랐다는 사실)를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수익자의 선의 판단 기준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거래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오늘은 이 새로운 기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해행위취소란?

사해행위취소권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민법 제406조).

예를 들어,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 채권자는 그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아파트의 등기 명의를 다시 채무자에게 이전하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다만 이때 소유명의는 채무자에게 회복되지만, 채무자가 실질적인 소유권을 다시 취득하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보다 복잡한 법률적 논의는 본문에서 생략합니다).

이러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는 상대방이 채무자가 아니라, 그와 거래한 제3자(수익자)가 됩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사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수익자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다는 점(악의)을 추정하고 있으므로, 수익자는 자신이 계약 당시 채무자의 재산 상태나 사해행위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 즉 자신의 선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2. 수익자 보호를 강화한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 

과거에는 거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이례적이거나, 수익자가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의 주장이 쉽게 배척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경향에 제동을 걸고, 수익자의 선의를 보다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305384 판결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사실은 수익자 자신이 증명하여야 한다.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사해행위를 구성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그 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수익자가 채무자와 친인척 관계 등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 수익자와 채무자의 거래관계가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고 수익자가 그 거래관계에 따른 상당한 대가를 채무자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등 해당 거래관계에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인 사정이 없다는 점, 수익자가 채무자로부터 물적 담보 제공을 받는 경우에는 더 나아가 수익자의 기존 채권에 관하여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기 위하여 담보 제공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수익자가 증명하면,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인한 공동담보 부족 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의 선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해당 거래관계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나 거래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조건 등이 일반적인 거래관행과 어느 정도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거래관계가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수익자에게 과실이 있는지는 수익자의 선의 판단에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수익자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수익자의 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해행위가 물적 담보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수익자가 담보물의 객관적인 담보가치를 신뢰하여 그 담보가액 범위 내의 금전을 제공한 사정은 수익자의 선의 판단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으나, 담보물의 담보가치가 수익자의 채권액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 수익자의 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하여서도 아니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익자의 적극적인 조사 의무는 없습니다.

수익자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거래 당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2) 일반적인 거래 관행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악의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거래 경위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거래 조건이 일반적인 관행과 다소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3) 담보가치가 부족해도 선의일 수 있습니다.

담보물의 가치가 채권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수익자의 선의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담보가치 부족이 곧 악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3. 결론 및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수익자가 부담해 온 ‘선의’ 증명책임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정상적인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억울하게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당하셨다면, 위와 같은 법원의 새로운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거래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은 정상적이고 성실한 거래를 한 선의의 수익자를 보호하고, 전체 거래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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